시한편 - 단지(斷指)

책속으로 | 2008/03/05 21:42 | Punk77

다이왕수 [戴望舒, 1905~1950]
 

단지(斷指)
 

오래된, 먼지 풀풀나는 책 궤 속에,
나는 알콜병에 담겨진 잘려진 손가락을 보관하고 있습니다.
무료하여 고서들을 뒤적일 때마다,
그것은 근심스럽게 나의 슬픈 기억을 생각나게 합니다.

이것은 이미 희생된 어느 한 친구의 잘려진 손가락,
창백하고, 바싹 마른 것이 꼭 내 친구 같습니다.
이따금씩 날 옭아매는 건, 너무나 선명한,
잘려진 손가락을 건네줄 때의 그의 모습입니다.

'나 대신 이 우습고도 가련한 사랑의 기념을 간직해주게나,
보잘 것 없는 삶에서, 그 손가락은 불행만을 보태줄 뿐이야.'
그의 말은 차분하면서도, 탄식 마냥, 푹 가라앉았고,
미소띤 얼굴이었지만, 그의 눈엔 눈물이 맺혀 보였습니다.

그의 '우습고도 가련한 사랑'에 관해 난 정말 모릅니다,
내가 아는 거라곤 그가 한 노동자의 집에서 잡혀갔다는 사실뿐,
그 후 가혹한 고문, 비참한 감옥살이를 거쳐,
사형, 우리 모두를 기다리고 있는 사형을 받았겠지요
 
그의 '우습고도 가련한 사랑'에 관해 난 정말 모릅니다.
술에 취했을 때조차, 그는 말한 적이 없었지만,
분명 슬픈 이야기일 겁니다, 그는 감추며,
잘려진 손가락과 함께 잊혀졌을 거라고 생각할 테지만,

잘려진 손가락 위에 아직도 배어 있는 이 잉크 자국,
붉은 빛, 사랑스럽게 눈부신 붉은 빛,
그 흔적이 잘려진 손가락 위에 찬란히 남아 있습니다.
타인의 비겁을 질책하는 그의 눈빛이 내 마음에 있는 것처럼

이 잘려진 손가락은 늘 살포시 묻어나는 비애를 안겨 주지만,
나에겐 매우 유용한 귀중품입니다.
사소한 일로 실망할 때마다,
난 말할 겁니다. '좋아, 그 유리병을 꺼내오자.'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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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08/03/05 21:42 2008/03/05 21:42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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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ost Comments

  1. nuordr 2008/03/07 11:55

    좋은 내용의 시에.. 갑자기 진관희가 생각나다니.. ^^;;

  2. Punk77 2008/03/07 17:45

    ㅎㅎ 저는 삼합회가..ㅠ.ㅠ

  3. 푸른솔 2009/10/25 19:23

    아니 이 시에 왜들...

  4. Punk77 2008/09/23 00:19

    댓글이라는게 달다 보면 본문과는 무관한 내용들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는..-.-;;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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